하루하루 한 걸음

퇴직 이후의 생각들

고냥정권 2023. 4. 14. 11:11

6년간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약 3개월간 잘 놀았다.

쉬면서 한것들은 다음과 같다.

1. 경력기술서 만들기(그럴듯하게 나의 경력을 더 포장하는게 어렵다, 최대한 담백하고 깔끔하게 내 나름대로는 잘했다)

2. 홈페이지 만들어보기(최고로 만족함)

3. 캠핑 다니기(1번 갔는데 이제는 pt를 해서... 캠핑가서 막걸리를 마실수가 없다 ㅠ)

4. 아침에 카페 나가서 끄적이기(일단 집에서 무조건 나가야함)

5. 시간 생각안하고 게임하기

6. 늦잠자기 (이것도 몇번하다보니 그냥 이제 출근시간?에 맞춰 일어나진다)

7. 생애 첫 PT 받아보기, 살 좀 빼보기(닭가슴살.. 야채.. 고구마..)

8. APPLE 세션(교육) 받아보기(더 많이 해보고 싶다)

9. 나만의 일정을 위한 캘린더 작성 (시간 단위로 내 시간제어에 대한 훈련!!)

10. 모두의 연구소 풀잎스쿨!(내가 잘알지 못하지만 같이 해보자..)

11. 이것저곳 직업 탐방 다녀보기.

12. 진해 군항제 다녀오기(평일..!!! 낮에!!!!)

13. 이런 저런 친구들 만나기

14. 선형대수 공부하기

15. 내 몸 이곳 저곳 고치러 다니기

디게 많네... 

퇴직이라는게 이런 자유구나. 내가 원하는 것. 내가 내 시간을 마음대로 결정한다는 것. 그러면서도 뭐 국민연금이랑 건강보험 관련 편지도 오고..ㅋ.. 퇴직금도 뙇!!

대학원까지 하면 한... 8년..? 8년 이상 동안 그냥 낑겨살다가 막상 자유가 되니까 너무 좋으면서도 시간을 어떻게 보내지? 이런 생각이 많았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 이게 내가 진짜 60, 70살이 되고나서.. 느끼는 감정인가? (일이 없다는 전제하에) 시간이 너무 많아. 감사하게도 날 불러주는 회사 몇몇 곳과 취업사이트에 이력서를 등록해놓고 나니까... 뭔가 계속 온다. (헛 살진 않았네)

그러고보니 이런 미래에 대한 생각을 해본적이 별로 없다. 로봇을 전공했으니까 로봇으로 일단 가자고. 그리고 첫회사도 로봇회사니까 다음회사도 로봇..로봇.. 읭? 흥미로 시작했지만 어디까지 가는건지는 생각해본적이 없던 것 같다. 내가 그래도 일을 하는데 20년뒤에는 어떤 사람이 되어야한다는 개념정도는 있어야하는 거 아니냐? 흠..

첫 회사에서도 회사 프로젝트에만 몰두했다. 남들은 다 욕하던 회사였지만, 그냥 만드는 재미? 몰두하는 재미? 내가 만든 것을 사람들이 곧 잘 써먹는 모습 보면서 만족하는 재미? 이슈 발생하면 나 찾는 재미?(아 이제 이건 좀 힘들다) 일하는 것보다 점점 갈수록 방향성이 사라져서 힘들져가는 것 같기도 하고.. 결론적으론 그냥 내가 너무 생각없이 살았구나. 재미만 쫓았구나. 그게 3개월간 쉬면서 내린 결론이다.

그래서 아직 뭐가 되겠다! 이런건 결정은 안했는데 그래도 몇가지 마음 속에 잡힌게 있다. 

  • 공개적인 활동을 자주해야겠다. 
  • 생각이라는 걸 자주 해야겠다. 사색해보는 글을 더 써보는거다
  • 내가 새로운 걸 해보고 싶으면 꼭 해보는 거다.
  • 내가 모르는 개념이라도 그냥 개소리를 입 밖으로 말해보자. 말하다보면 옳은 소리로 점차 변해가더라.(ex.. 선형대수)
  • 나의 에너지는 한계가 있는데... 생각해보면 그것도 내가 한계 짓는 거다. 
  • 정말 몇몇 고차원적인 일 빼고는 거의 다 사람이 하는 일이라.. 누군가 하면 나도 할 수 있다.

직업에 있어서도 생각이 잡힌 게 있다. 좀 거창할 수도 있는데 앞으로도 번아웃과 허탈감을 느끼지 않기위해서 생각한 조건들이다.

  • 가치있는 제품을 만드는가 (= 수요가 있는 제품인가)
  • 배움이 있는가
  • 인류에게 도움이 되는가
  • 개발 후 현장에서 적용하고나서 내 스스로가 성취감이 남는가
  • AI에 대체되지 않는 직무인가
  • 나에게 돈과 명예를 줄 수 있는 곳인가
  • 나를 인정하고 기회를 주는 회사인가

위의 내용들은 결국은 스스로 만족하는 삶이 되기 위한 조건들이다. 당연히 돈도 중요한데, 일은 하긴 할거니까 굶을 정도는 아니겠지.

마지막 고민거리는... 60,70대에도 계속 할 수 있는 건 뭘까? 적어도 먹고살려면? 재미있으려면..? 헛 생각인데 이런 걸 생각하는 머리라서 어쩔수없다. 근데 사실 이런건 너무 먼 미래라서 쓸모없다. 쓸모없는 생각은 가급적 덜하게 끔 스스로 생각 조절을 해야한다.

또 한가지 생각은 내가 그래도 좀 잘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성격은 인내력이 좋다는 거다. 다른 말로 말하면 스스로를 잊으면서도 그냥 하는 인내력. 그래서 할 수 있는 건 등산이다. 등산? 멀리서 보면 여러 산들이 있는데.. 뭐 직업군도 될 수 있겠고, 직장들이 있겠고, 하고 싶은 것들도 있고.. 실제 어떤 산을 오르던 꼭 정상 등반을 했었다.(딱 한번 친구가 발목 아파서 하산한 경우 뺴고..)

그러니까 나는 한 번 오른 산은 정상까지 오를 거라는 인내심으로 가긴 할거다. 그러니까 어떤 방향으로 갈지 생각만하면 되는거다. 

인생에 지도가 있으면 좋겠는데, 인생에는 GPS가 없어서 그냥 결정하고 걸어가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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